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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형과 나들이삼아 갔다 왔습죠.

꼭 봐야 한다는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인근(버스 거리로 불과 30분)에서 볼 일도 있었고 그 일이 끝나고 학교에 도착하면
그 무렵이 중주발표회 할 때와 엇비슷하게 되기 때문이었습죠.

지하철 역에 내려 정대 후문으로 올라서는데 예전에 장백서점이 있던 자리에 낯선 가게가 들어서 있고 주변은 온캉 먹고 배설하는
업소들로 가득해서 그만 까무러치는 줄 알았습죠. 일단 4.18 소극장 찾으러 정경대 길을 올랐는데 이정표에 학교 조감도가 있서
살펴보니 아무래도 4.18 기념관 지하 어디께인 듯해서 그리로 고고씽.

불씨는 커녕 아무 인기척도 없어 이거 공동묘지에 잘못 온 모양인가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어느 젊은 친구가 전화를
하며 올라오고 있었습죠. "아 이봐요..."라고 막 말을 뱉으려던 찰나, 아뿔사... 중국인이었네.

조금 더 내려오는데 이번에는 교수 테니스 코트 옆 건물의 뒷문에서 어떤 늘씬한 여학생(혹은 교직원)이 나오는 참이었습죠. 해서,
안면 몰수하고 - 사실 이런 때는 동남아 사람인 척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웬지 장소가 어울리지 않아 포기 - 4.18 소극장을 물으니
지금 서 있는 길을 따라 죽 내려가라 하데요. 죽 내려가니 학생회관이잖습니까? 또 두리번 두리번...

지나가는 어떤 남학생 붙잡고 또 하소연... 학생회관 옆으로 가라네요. 그리 했습죠. 옆으로 가니 젊은 학생들이 나이트 라이트를
켠 농구장에서 농구에 열중하고 있었습죠. 또 다시 낯선 사람에게 말걸기가 너무나도 쩍 팔려서 그냥 주변을 배회하다가 드디어
알아낸 것이었습죠. 아... 열라 어려웠네요. 그런데 찾고 보니 여러 해 전에 와봤던 곳이었더랐습니다. 더욱 허망.

일단 장소 파악했으니 요기를 할 겸, 안암로타리 쪽으로 향했습죠. 길을 건너 예전 목욕탕 있던 자리의 뒷길로 접어들었습죠.
혹시 싸구려 선술집이나 분식집이 있을 줄 알았는데 완지오니 착각이었습죠. 세상은 그렇게, 지구 반대편에서 책이나 보고 
토론이나 싸지르던 한 유학생을 기막하기 할 정도로, 엄청나게 변해 있었던 것입죠. 결국 로타리까지 가서 어느 노점상 떡복기
가게에서 그 일인분과 오뎅 한 꼬치로 마무리했습죠. 입에 한창 고추장 뭍히며 후루룩 짭짭거리고 있는데 명수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습죠. 함께 가자는 취지로.

나머지를 부랴부랴 입에 처넣고 입가심겸 편의점에서 내 것과 명수 형 몫으로 500ml 캔맥주 두 개를 사서 검은 봉지에 싸들고
한 손으로는 마시며 한 손으로는 그 봉지를 덜렁거리며 휘황찬란한 환락의 거리를 헤집어 교차로의 안암통닭으로 왔습죠. 거기,
야매 법사님이 늘 변함 없는 바로 그 차림으로 서 있었습니다.

행사장으로 곧장 갔습죠.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적은 수의 학생들, 그러니까 후배님들이 모여 있었습죠.
리허설 중이라 했습죠. 닥치고 리허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메인 행사가 시작하는데, 여학우가 사회를 보데요. 나중에 알고보니 총무라 합디다. 분위기가 사뭇 화기애애
한 것이 예전 90년대 초반까지 경험하던 그 엄숙, 장중 등의 분위기와는 달랐습죠. 매우 낯설기는 했지만, 젊고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싫어할 기성세대가 있을깝쇼?

나눠준 행사 찌라시를 보니 전부 5팀이었습죠. 찬조도 1학년이라데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40 중반인 이 사람을 너무나도 놀라게 한 것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외에도 여러 가지 볼거리였습죠. 머리에 루돌프 사슴 뿔을
꽂고 나온 여우 3인방의 팀, 입에 장미를 물고 나와 귓등에 끼우고서 연주한 혼성 5인조 팀 등등... 와... 귀가 즐겁기도 했지만
눈이 훨씬 즐거웠습죠. 게다가 그들끼리의 대화에서 뭍어나는 격의 없음이랄지, 쾌활함이랄지 등등은 야매 법사님과 저 같은
중늙은이들을 그들의 '청춘의 환하고 밝음'으로써 웃게 해주었습죠. 예, 그렇습죠, 아멘...

뒷풀이를 따라 갔습죠. 예전에 내가 학부생일 때 행사에 와서 행사만 낼름 보고 뒷풀이는 자기들끼리만 가던 선배들을 지극히
미워했던 고로, '나는 구러지 마라야지' 하면서 가서 껌값이라도 슬쩍 쥐어주고 나오려는 생각이었습죠. 야매 법사님, 이미
행사장에서부터, 그 정도를 낼 거라면 집어치라며 요즘 그걸 돈이라고 하는 줄 아냐는 가르침을 주었습죠. 그래서 뒷풀이 가기
전에 은행에 들려 총알 좀 뽑고 야매 법사님께 빌붙어 함께 내달라 했습죠. 그 길에 용석이를 봤습죠. 먼저 가 있겠다 하길래
그러라  하고는 얼른 다녀와 한 쪽 구퉁이 자리에 야매 법사, '나', 용석이 셋이 앉아 후까시 좀 잡았습죠. 음홧홧... 야매 법사님이
왕고로서 한 말씀하시고 '나'와 용석이는 목인사만 까딱했습죠. 그런데 출연 5팀 중 3팀이 상탔으니 나머지 2팀은 그야말로
떨거지가 되었기로 그것이 안 되어서, 다 같이 즐거워야 할 날인데 말입죠, 은행 갔다 오다가 슈퍼에서 손바닥 크기의 초코렛을
사와서 떨어진 팀들에게 돌렸습죠. 아 이런... 계산을 잘못해서 하나가 모자르게 사 오고 말았네요.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어!

너무 거기에 죽때리고 있으면 할 일 없는 선배, 와서 후까시나 잡고 분위기 조지는 선배가 되니까 야매 법사, 용석과 다음
스케줄로 이동했습죠. 고개 너머 성신여대 인근에서 창학 형, 유자 누나, 만호, 동원이가 한 따까리 하고서 삐삐를 친 것입죠.
오야붕이 소환하시니 일각을 지체할 수 없어 셋은 택시를 집어타고 보문동 성당 앞으로 갔습죠. 얼마 전 상가집에서 봤던
얼굴보다 훨씬 좋아보였습죠.

일행은 잠시 "아 머 하까" 고민하다가 창학 형이 "신발 벗는 노래방"이 있다길래 곧장 그리로 몰려갔습죠. 위치 파악 후, '나'는
특공대가 되어 편의점에 가서 가방 터지지 않을 만큼 캔맥주와 소주와 막걸리 한 통을 채아 넣고 합류했습죠. 아~싸 분위기는
벌써 후ㅋ끈. 신발 벗는 곳은 맞는데... 방석이 있으니 방석집도 맞는데... 음... 음냐리.

동원이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발라드만 죽도록 불러서 뭇매를 맞다시피 했고, 창학 형은 예의 저음을 살려 70년대의 통키타
노래 류를 쥐었다 놨다 불렀고, 야매 법사는 열쒸미 탬질을, 유자 누나는 주로 맞장구를, 만호는 개중 젊은 취향의 노래들을
불렀고, '나'는 목도 안 푼 채 마구 불러 제껴서 막판에 '쉬즈곤'을 함 제대로 들려줄라 했는데 결국 제대로 들려주지는 못하고
힘에 부쳐 씩씩대고 말았습죠. 아, 쉬발... 다음에는 노래방 죽돌이 죽순이만 붙어서, 노래하러 작심하고 가십시다.

용석이는 노래 한 마디 안 했습죠. 묵언 수행하던 용석이는 결국 제일 먼저 집으로 떴고 그 자리를 나와 다들 집에 갔지만 야매
법사, 만호, '나' 셋은 입가심하자는 데에 뜻을 같이 해서 노래방 옆 어느 골목의 곱창? 닥밝?집에 갔습죠. 거기서 '나'는 술기운에
몸을 옆으로 비틀거리고 있었고 두 용사들은 계속 입가심과 이야기를 이어갔습죠.

나중에 거기서 나와 이번에도 또 야매 법사의 도력을 힘입어 집에까지 실려왔습죠. 또 택시비를 야매 법사님이 카바해주었는데
다음부터는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을 했습죠. 내 발로 걸어가던가, 내 돈으로 타고 간다 - 이 말이란 말입죠.

독일서 그 정도 나이 또래들과 형님, 동생하고 지냈는데 여그서는 선배, 후배가 되네요. 뭐, 거기서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눈높이가 중요한 거여서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또 참 좋구나 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 젊은 친구들 속에 껴 있어도 그리
낯설지는 않고 좋데요. 다음에는 그런 친구들 붙잡고 "그러니까 니들! 나랑 막걸리나 한 사발 하겠니이~?"라고 해봐야 쓰겠슴다.

그런데 90년대 전후 학번 OB님들하, 그런 데서 얼굴 좀 종종 보십시다. 따로 약속 잡기도 거시기한데 말이시. 얘들아, 아란뉘이~?


조회수 :
718
등록일 :
2011.12.08
14:32:36
게시글 주소 :
http://kuguitar.com/xe/334854

14전민성

2011.12.08
21:09:30
나도 큰맘먹고 오랜만에 갈려고했는데,,, 알고보니 장모님생신하고 겹쳐서...
아쉽게도 못갔어요..
담번에 꼭 가야지...
명수형 작년에 봤었는데,, 이제 도술을 좀 부리시려나
축지법좀 배워야하는데,,,
출퇴근이 한시간씩 걸려서 넘 힘들어요...

25정용석

2011.12.09
02:41:42
장문의 글 잼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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